
통금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한양의 문들이 하나둘 닫혔다.
한양의 문들이 하나둘 닫혔다.

그 닫힌 문들 밖을 살피는 것이
우리 순라군의 일이었다.
우리 순라군의 일이었다.

그날 받은 품삯 세 닢을
허리춤에서 꺼내 보았다.
허리춤에서 꺼내 보았다.
사흘 전에 묻은 사람을
살아 있다고 베껴 쓴 값이었다.
살아 있다고 베껴 쓴 값이었다.
JOSEON CURFEW
조선통금
1화
사흘 전에 묻은 사람
···
그날 낮 · 군영

이분 돌아가셨습니다.
윤겸 · 순라군

그럼 부인에게 내라고 해.
배성탁 · 장부를 맡은 군관

전에 못 낸 군포가
남았다는 겁니까?
남았다는 겁니까?

아니.
이번에 새로 매기는 몫이야.
이번에 새로 매기는 몫이야.

군포는 군역 대신 내는 천이었다.
장 어른은 장부에 아직 살아 있었다.
장 어른은 장부에 아직 살아 있었다.

죽은 분을 살아 있다고 두고
또 걷겠다는 겁니까?
이름부터 빼야 하지 않습니까.
또 걷겠다는 겁니까?
이름부터 빼야 하지 않습니까.

장부 고치는 건 네 일이 아니야.
내려온 대로 베껴.
이 종이도 순라 전에 전하고.
내려온 대로 베껴.
이 종이도 순라 전에 전하고.

먹은 매끄럽게 나왔다.
체를 만들어 팔던 장만복 어른의 집.
사흘 전 장례를 치르고,
지금은 아내 오덕임 아주머니만 남아 있었다.
사흘 전 장례를 치르고,
지금은 아내 오덕임 아주머니만 남아 있었다.

아주머니…….

왔구나. 밥은 먹었니?
오덕임 · 장만복의 아내

관아에서 보냈습니다.
장 어른 이름으로
군포를 내라고…….
장 어른 이름으로
군포를 내라고…….

죽었다는 신고를 했는데도?
어제는 관 짠 사람까지
데려갔는데.
어제는 관 짠 사람까지
데려갔는데.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누구한테?
떠오르는 얼굴은,
아까 내 말을 자른 배 군관 하나였다.
아까 내 말을 자른 배 군관 하나였다.

장부에 살아 있다고
제가 옮겨 적었습니다.
틀린 줄 알면서요.
이 종이까지…….
제가 옮겨 적었습니다.
틀린 줄 알면서요.
이 종이까지…….


살아 있다고?

관 메고 갔을 때 네 어깨도 봤다.
빨갛게 눌렸더라.
그 어깨로 살아 있다고 쓰러 갔니.
빨갛게 눌렸더라.
그 어깨로 살아 있다고 쓰러 갔니.

내일은 같이 가겠습니다.
제가 그 장부를 베꼈다고
거기서 직접 말하겠습니다.
제가 그 장부를 베꼈다고
거기서 직접 말하겠습니다.

순라 끝나면 자야 할 거 아니냐.
좀 늦게 자겠습니다.

그럼 저 체나 안으로 들여다오.
비 맞으면 남은 것도 못 판다.
비 맞으면 남은 것도 못 판다.

장만복 어른이 팔던 대나무 체를
마당 안쪽 처마 밑으로 옮겼다.
마당 안쪽 처마 밑으로 옮겼다.
체를 들여놓고 문밖으로 나오는데,
새로 붙인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새로 붙인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새로 붙이셨네요.
초상집에 덧대는 문배.
죽은 이인 척 찾아오는 것을
막는다고 했다.
죽은 이인 척 찾아오는 것을
막는다고 했다.

낮에 와서 바꿔 줬다.
초상집은 관에서 살펴준다면서.
초상집은 관에서 살펴준다면서.

해 지기 전에 닫으십시오.

안다.
너도 밖에 오래 있지 말고.
너도 밖에 오래 있지 말고.

초상집인 줄은 알면서……
왜 장부에는
살아 있다고 남겨 두는 거지?
왜 장부에는
살아 있다고 남겨 두는 거지?

초소에서
석주 형을 만났다.
석주 형을 만났다.
임석주 · 윤겸의 순라 동료

형은 낮에 짚신을 고쳐 팔았다.
오늘도 일감을 들고 나온 모양이었다.
오늘도 일감을 들고 나온 모양이었다.

툭

윤겸아. 네 신부터 봐라.
엄지발가락이 벌써 나왔는데?
엄지발가락이 벌써 나왔는데?

아침까진
멀쩡했는데…….
멀쩡했는데…….

이거 신어.
손봐 둔 거야.
손봐 둔 거야.

신값은 얼마입니까?
형은 남은 짚신 한 켤레를 허리에 걸었다.

내일 국밥 한 그릇 사.
고기 든 걸로.
고기 든 걸로.

신값보다 국밥값이
더 들겠는데.
더 들겠는데.

……감사합니다.

등불을 챙겨,
밤길로 나섰다.
밤길로 나섰다.

큰길을 돌던 중이었다.

아이들 재울 방을 찾는데……
문 연 집이 없네요.
문 연 집이 없네요.

저 주막은 순라가 데려가면
늦은 길손도 받아 준다.
늦은 길손도 받아 준다.

이쪽입니다.
주막까지 같이 가시지요.
주막까지 같이 가시지요.

전 골목 안쪽 끝집 문만
보고 오겠습니다.
보고 오겠습니다.

여긴 내가 맡을 테니,
금방 다녀와.
금방 다녀와.

형이 길손들을 안으로 들이는 사이,
나는 골목으로 향했다.
나는 골목으로 향했다.

아주머니 혼자 계시니……
문 잠그셨는지만 보고 오자.
문 잠그셨는지만 보고 오자.

입구에서 한 번 꺾고,
담을 따라 더 들어갔다.
담을 따라 더 들어갔다.

담을 따라 더 들어가자,
끝집 대문이 보였다.
끝집 대문이 보였다.

대문 앞에 누군가 서 있었다.
체 짐에 기울던 오른쪽 어깨가
낯이 익었다.
체 짐에 기울던 오른쪽 어깨가
낯이 익었다.

장 어른……?
사흘 전

그 어른의 관을
나도 함께 멨다. 사흘 전에.
나도 함께 멨다. 사흘 전에.

똑 똑 똑
장 어른은 늘 세 번 두드리고 기다렸다.


대문 안쪽에서
발소리가 다가왔다.
발소리가 다가왔다.

옷자락 아래에는
발이 없었다.
발이 없었다.

자박

얼굴도 없었다.
도망쳐야 하는데……
다리가 움직이질 않는다.
다리가 움직이질 않는다.


……당신이오?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것이 다시 대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것이 다시 대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문 너머에
아주머니가 있었다.
아주머니가 있었다.
아까 그 문배가 있으니……
문만 안 열면 막아 줄 거야.
문만 안 열면 막아 줄 거야.

아주머니, 겸입니다!
문 열지 마십시오!
문 열지 마십시오!


삐이익—
응? 이 호각 소리는……?


윤겸아!

대문 앞에 서 있던 것이,
그제야 내 쪽으로 움직였다.
그제야 내 쪽으로 움직였다.

물러선 발이
자갈 위에서 미끄러졌다.
자갈 위에서 미끄러졌다.

어깨가
돌담에 부딪쳤다.
돌담에 부딪쳤다.

몸을 돌려
방망이를 뽑았다.
방망이를 뽑았다.
불빛에 약하댔지.
가까이 못 오게 막으면…….
가까이 못 오게 막으면…….



등 아래 그늘로,
검은 손이 꺾여 들어왔다.
검은 손이 꺾여 들어왔다.

떨어져!


휙

탁!
방망이가……
그냥 지나갔다.
그냥 지나갔다.



차갑다는 생각보다
숨이 먼저 막혔다.
숨이 먼저 막혔다.

달칵
겸아! 내가 간다!


버티려던 무릎마저
힘없이 꺾였다.
힘없이 꺾였다.

잡히질……
않아.
않아.